정의 및 개요
자가혈소판풍부혈장(platelet-rich plasma, PRP) 치료는 환자 자신의 말초혈액에서 혈소판을 고농도로 농축하여 얻은 혈장을 손상 부위에 주입함으로써 조직 재생과 치유를 촉진하는 재생의학적 시술이다 [1]. PRP에 포함된 고농도의 혈소판이 활성화되면 혈소판 알파 과립(alpha granule)에서 다수의 성장인자가 방출되며, 이 성장인자들이 세포 증식, 혈관 신생, 콜라겐 합성 등 조직 수복 과정을 촉진한다.
PRP의 개념은 1970년대 혈액학 분야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1990년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뼈 이식 시 치유 촉진 목적으로 임상 적용이 시작되었다. Marx(2004)가 PRP의 성장인자 메커니즘과 임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후 정형외과, 스포츠의학, 재활의학, 피부과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1]. 최근에는 신경 재생 분야에서도 PRP의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 공급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가혈을 사용하므로 혈액 매개 감염이나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이 극히 낮으며, 외래에서 30~40분 이내에 시행할 수 있는 비교적 간편한 시술이다 [3]. 다만 PRP의 제조 방법, 혈소판 농축 배율, 백혈구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조성이 달라지므로 표준화된 프로토콜의 확립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혈소판과 성장인자
혈소판(platelet)은 골수의 거핵세포(megakaryocyte)에서 유래하는 직경 2~3μm의 무핵 세포 조각이다. 정상 혈액 내 혈소판 농도는 150,000~350,000/μL이며, PRP에서는 이를 3~5배 이상(최소 1,000,000/μL)으로 농축한다 [1]. 혈소판은 지혈 기능 외에도 알파 과립, 치밀 과립(dense granule), 리소좀 등에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저장하고 있으며, 활성화 시 이를 방출하여 조직 치유를 조절한다.
PRP에서 방출되는 주요 성장인자는 다음과 같다.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
혈소판유래성장인자(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PDGF)는 혈소판 알파 과립에서 방출되는 대표적 성장인자이다. 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와 섬유아세포(fibroblast)의 유사분열을 촉진하고, 손상 부위로의 세포 이동(화학주성)을 유도한다. 혈관벽 평활근세포의 증식도 촉진하여 손상 혈관의 복구에 기여한다 [1].
전환성장인자-베타(TGF-β)
전환성장인자-베타(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 TGF-β)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합성을 촉진하는 핵심 인자이다. 콜라겐, 피브로넥틴(fibronectin), 프로테오글리칸(proteoglycan) 등 결합조직 구성 성분의 생산을 증가시키며, 건(tendon)과 인대(ligament)의 치유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1] [3].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는 혈관 신생(angiogenesis)을 유도하는 주요 인자이다. 손상 부위에 새로운 모세혈관이 형성되도록 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촉진하며, 이를 통해 영양 공급과 산소 전달이 개선되어 조직 재생이 가속화된다 [3].
기타 성장인자
이 외에도 표피성장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 인슐린유사성장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 IGF-1), 섬유아세포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 FGF) 등이 PRP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 성장인자는 단독이 아닌 복합적, 순차적으로 작용하여 염증 조절, 세포 증식, 조직 리모델링의 전 과정을 매개한다 [1].
PRP 제조 방법
PRP 제조는 채혈, 원심분리, 혈장 추출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채혈
환자의 팔 정맥에서 약 20~60mL의 혈액을 항응고제(ACD-A 또는 구연산나트륨)가 들어 있는 전용 튜브에 채취한다. 채혈량은 사용하는 PRP 키트와 치료 부위에 따라 결정된다 [3].
원심분리
채취한 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켜 혈액 성분을 비중에 따라 층으로 분리한다. 원심분리 방식에는 1회 원심분리법(single-spin)과 2회 원심분리법(double-spin)이 있다.
1회 원심분리법은 비교적 낮은 회전력(soft spin)으로 한 번 원심분리하여 적혈구층과 혈장층을 분리한 뒤, 혈소판이 풍부한 하층 혈장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2회 원심분리법은 첫 번째 원심분리로 적혈구를 분리하고, 상층 혈장을 다시 높은 회전력(hard spin)으로 원심분리하여 혈소판을 펠릿(pellet)으로 침전시킨 후 소량의 혈장에 재부유시키는 방식이다. 2회 원심분리법이 더 높은 혈소판 농축률을 달성한다 [1].
혈장 추출과 혈소판 농도
최종 추출된 PRP의 혈소판 농도는 일반 혈액 대비 3~5배에 달한다. Marx(2004)는 치료 효과를 위한 최소 혈소판 농도로 1,000,000/μL(일반 혈액의 약 4~5배)을 제시하였다 [1]. 그러나 농축 배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8배 이상) 오히려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적정 농도 범위의 설정이 중요하다.
PRP의 분류는 백혈구 포함 여부에 따라 백혈구 풍부 PRP(leukocyte-rich PRP, LR-PRP)와 백혈구 빈곤 PRP(leukocyte-poor PRP, LP-PRP)로 나뉜다. 백혈구가 포함된 LR-PRP는 항균 작용에 유리하나 염증 반응이 강할 수 있으며, LP-PRP는 관절 내 주사 시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5].
적응증
PRP 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된다.
근골격계 질환
무릎 골관절염(knee osteoarthritis)은 PRP의 대표적 적응증이다. 관절 내 PRP 주사는 연골세포의 증식과 세포외기질 합성을 촉진하고, 활막(synovium)의 염증을 억제하여 관절 기능 개선과 통증 감소를 유도한다 [2] [5].
회전근개(rotator cuff) 부분 파열에서는 PRP가 건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며, 회전근개 봉합술 시 보조적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외측상과염(lateral epicondylitis, 테니스엘보)은 팔꿈치 바깥쪽 건 부착부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 질환으로, PRP 주사가 스테로이드 주사보다 장기적 효과가 우수하다는 무작위 대조 시험 결과가 보고되었다 [3].
아킬레스건병증(Achilles tendinopathy),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 슬개건병증(patellar tendinopathy) 등 만성 건 질환에서도 PRP의 적용이 증가하고 있다 [4].
척추 질환
추간판(intervertebral disc) 퇴행과 관련된 만성 요통에 대해 추간판 내 PRP 주사의 효과가 연구되고 있다. 성장인자가 수핵(nucleus pulposus) 세포의 증식과 기질 합성을 촉진하여 추간판 퇴행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기초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후관절(facet joint) 증후군이나 천장관절(sacroiliac joint) 기능장애에서도 PRP 주사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신경 재생
PRP에 포함된 성장인자 중 PDGF, IGF-1, VEGF 등은 신경 재생에도 관여한다. 말초신경 손상 후 신경 재생 촉진, 수근관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에서의 정중신경(median nerve) 주변 PRP 주사, 신경병성 통증 완화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물 실험에서 PRP 적용 시 슈반세포(Schwann cell) 증식과 축삭(axon) 재생이 촉진되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탈모(안드로겐성 탈모)
안드로겐성 탈모(androgenetic alopecia)에서 두피에 PRP를 주사하면 모낭(hair follicle) 주변의 혈관 신생이 촉진되고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의 활성이 증가하여 모발 성장이 유도된다. 여러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PRP 시술 후 모발 밀도와 두께의 유의한 증가가 보고되었다.
시술 과정
PRP 시술은 외래에서 약 30~40분 내에 완료된다.
시술 전 준비
시술 전 1주일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안내한다. NSAIDs는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여 PRP의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사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채혈과 PRP 제조
1. 팔 정맥에서 약 20~30mL의 혈액을 항응고제가 포함된 전용 튜브에 채취한다.
2. 채취한 혈액을 PRP 제조 전용 키트에 옮긴 뒤 원심분리기에서 약 10~15분간 원심분리한다.
3. 원심분리 후 혈액은 적혈구층(하층), 연막층(buffy coat, 혈소판과 백혈구가 농축된 중간층), 혈장층(상층)으로 분리된다.
4. 혈소판이 농축된 분획(약 3~6mL)을 주사기에 추출한다.
PRP 주입
1. 치료 부위를 소독한다.
2. 초음파 유도하에 바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목표 부위에 정확하게 진입한다.
3. 추출된 PRP를 서서히 주입한다.
4. 관절 내 주사의 경우 주입 후 관절을 수 차례 굴곡-신전하여 PRP가 관절 내에 고르게 분포하도록 한다.
효과와 근거
무릎 골관절염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PRP의 효과는 가장 많은 임상 근거가 축적된 영역이다. Patel 등(2013)이 시행한 전향적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PRP 주사군은 위약군(식염수) 대비 6개월 시점에서 WOMAC(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Arthritis Index) 총점이 유의하게 개선되었으며, 약 73%의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통증 감소가 보고되었다 [2].
Andia와 Maffulli(2014)의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PRP가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주사 대비 12개월 추적 시점에서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면에서 동등하거나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5]. 다수의 메타분석에서 PRP 관절 내 주사가 히알루론산 및 스테로이드 주사보다 장기적 효과(6~12개월)에서 우월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건 질환(테니스엘보, 아킬레스건병증)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에 대해 Sampson 등(2008)은 PRP 주사가 건 퇴행 부위의 치유를 촉진하며, 스테로이드 주사 대비 단기(4주) 효과는 비슷하나 장기(6~12개월) 효과에서 유의하게 우수하다고 보고하였다 [3]. 스테로이드는 단기 염증 억제에는 효과적이나 건 조직의 구조적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반면, PRP는 성장인자를 통해 조직 재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병증에서 Filardo 등(2015)은 PRP 치료 후 4년간 추적한 결과, 약 80%의 환자에서 기능적 개선이 유지되었다고 보고하였다 [4]. 이는 PRP의 조직 재생 효과가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구조적 치유에 기반함을 시사한다.
효과 발현 시점과 지속 기간
PRP는 즉각적인 진통 효과보다는 생물학적 치유 과정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유도한다. 시술 후 2~4주부터 통증 감소가 시작되며, 6~12주에 걸쳐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무릎 골관절염 연구에서 PRP 주사의 효과는 6~12개월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2], 일부 연구에서는 24개월까지 유의한 개선이 유지되었다.
부작용과 주의사항
일반적 이상 반응
PRP는 자가혈을 사용하므로 혈액 매개 감염이나 면역 반응의 위험이 극히 낮다. 시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이상 반응은 다음과 같다.
- 주사 부위 통증: 시술 후 2~5일간 주사 부위에 뻐근함이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성장인자에 의한 초기 염증 반응의 일부이며, 자연 소실된다.
- 부종: 관절 내 주사 후 일시적인 관절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 멍(반상출혈): 채혈 부위나 주사 부위에 멍이 발생할 수 있으며, 1~2주 내에 소실된다.
드문 합병증
- 감염: 무균 조작을 철저히 시행하면 감염 위험은 극히 낮으나, 이론적 가능성은 존재한다.
- 신경 또는 혈관 손상: 초음파 유도하에 시술하면 주변 구조물 손상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 관절 내 석회화: 매우 드물게 반복 주사 후 관절 내 석회화가 보고된 사례가 있다.
금기사항
- 혈소판 기능 장애 또는 혈소판 감소증
- 활동성 감염 또는 패혈증
- 시술 부위의 피부 감염
- 악성 종양(치료 부위 또는 인접 부위)
- 항응고제 복용 중(담당 의사와 상의 필요)
- 임신
주의사항
시술 전 1주일간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 NSAIDs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들 약물은 혈소판의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 경로를 억제하여 PRP의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혈소판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시술 전후 진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술 후 관리
시술 직후에는 10~15분간 안정을 취한 후 귀가한다. 시술 당일 및 이후 관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시술 당일은 격렬한 운동과 무거운 물건 들기를 피한다.
- 시술 후 48시간 동안은 시술 부위에 냉찜질보다 온찜질이 권장된다. 냉찜질은 혈소판 활성화와 성장인자 방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술 후 최소 1주일간 NSAIDs(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의 복용을 피한다. 통증이 있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한다.
- 음주는 시술 후 48시간 동안 삼간다.
- 시술 후 2~3일간 주사 부위의 통증이나 부종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치유 반응이다.
- 관절 주사의 경우 시술 후 1~2일간은 관절에 과도한 부하를 피하되, 가벼운 관절 운동은 PRP의 균일한 분포에 도움이 된다.
- 시술 후 1~2주에 경과를 확인하며, 이후 치료 반응에 따라 추가 시술 일정을 결정한다.
반복 시술의 간격은 질환과 치료 반응에 따라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2~4주 간격으로 2~3회 시행한다. 만성 건 질환이나 진행된 골관절염에서는 3~4회까지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