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및 개요
전정신경염(vestibular neuritis)은 내이와 뇌를 연결하는 전정신경(8번 뇌신경의 전정 분지)에 염증이 발생하여 갑작스러운 심한 회전성 현훈이 나타나는 급성 말초성 전정 질환이다 [1]. 청력 신경은 보존되어 청력 저하가 동반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급성 현훈의 원인 중 세 번째로 흔한 질환으로,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3.5명이다 [1].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나 30~60대에 호발하며 계절적 변동이 있다.
원인
바이러스 감염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전정신경의 조직 검사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1(HSV-1) DNA가 검출된 증례 보고가 있으며, 잠복 감염 후 재활성화가 전정신경염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1][3].
임상적으로 상기도 감염이나 독감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이 강하게 시사된다 [3]. 자가면역 기전이나 미세 혈류 장애도 일부 사례에서 관여할 수 있다.
증상
급성기(1~3일)
- 갑작스러운 심한 회전성 현훈: 수분에서 시작하여 수일간 지속된다.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이 있으며, 움직임으로 악화된다.
- 오심·구토: 심한 어지럼으로 인해 구토가 반복된다.
- 자발 안진(spontaneous nystagmus): 이환 측 반대 방향으로 뛰는 수평-회선 안진이 나타난다.
- 보행 불안정: 이환 측으로 쏠리는 보행 장애가 발생한다.
- 청력 보존: 청력 저하와 이명이 동반되지 않는 것이 메니에르병과의 감별점이다.
회복기(수일~수주)
급성 어지럼은 점차 줄어들고 보행이 가능해지지만, 빠른 머리 움직임 시 불안정감이 지속된다. 전정 기능 상실이 있는 쪽의 머리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 감소한 상태(전정안반사 감소)가 지속된다.
후유증
- 이석증(BPPV) 속발: 전정신경염 후 약 10%에서 이석증이 발생한다.
- 지속적 자세-지각 어지럼(PPPD): 전정신경염 후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만성 어지럼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있다.
진단
비디오 두부충동검사(vHIT)
이환 측 반규관의 두부 충동 시 교정성 단속 운동(catch-up saccade)이 관찰되어 전정안반사 기능 저하를 확인한다 [5]. 전정신경염과 뇌졸중 감별에 핵심적인 검사이다.
뇌졸중성 어지럼에서는 두부충동검사가 정상이며(HINTS 검사 프로토콜의 H), 이는 중추성 원인을 시사한다 [5].
비디오 안진 검사
자발 안진의 방향, 강도, 주시 시 변화를 기록한다. 전정신경염에서는 건측으로 향하는 수평-회선 자발 안진이 나타나고 주시 억제가 가능하다. 중추성 안진은 방향이 다양하고 주시 억제가 되지 않는다.
온도안진검사(Caloric test)
외이도에 온·냉수를 주입하여 양측 전정 기능을 비교한다. 이환 측 반규관의 반응이 건측보다 현저히 낮으면(Canal Paresis > 25%) 일측성 전정기능저하로 진단한다.
뇌 MRI
뇌졸중, 소뇌 출혈 등 중추성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확산 강조 MRI(DWI)를 시행한다. 단, 소뇌 경색 초기 48시간 이내에는 DWI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임상 판단이 중요하다 [5].
치료
급성기 증상 조절
- 항현기증제(메클리진, 디멘히드리네이트): 급성기 어지럼 완화.
- 진토제(메토클로프라미드, 온단세트론): 구역·구토 조절.
- 벤조디아제핀: 급성기 단기 사용. 장기 사용은 전정 보상을 방해한다.
약물은 급성기(수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이후 약물을 지속 사용하면 중추 보상 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
초기 메틸프레드니솔론(100mg에서 점감)이 전정 기능 회복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 증상 발생 후 48~72시간 이내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장기 기능 결과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2].
전정재활운동
전정재활운동(vestibular rehabilitation exercise)은 전정신경염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치료이다 [4]. 코크레인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전정재활치료가 일측성 말초 전정 기능 장애에서 어지럼, 균형,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 [4].
Cawthorne-Cooksey 운동 프로그램:
- 단계 1(누운 자세): 눈 운동, 머리 운동
- 단계 2(앉은 자세): 머리-눈 협응 운동, 균형 훈련
- 단계 3(서 있는 자세): 시각 의존 감소 훈련, 보행 훈련
- 단계 4(이동 중): 시선 안정화와 보행 복합 훈련
응시 안정화 운동(gaze stabilization exercise):
움직이는 배경에서 정지 표적을 주시하거나, 머리를 움직이면서 표적을 고정시키는 훈련으로 전정안반사 기능을 재훈련한다.
경과 및 예후
전정신경염은 대부분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급성기 이후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중추 보상(central compensation)이 이루어지며 증상이 개선된다 [1].
전정 기능의 완전 회복은 약 50%에서 나타나며, 나머지는 부분 회복 또는 기능 손실이 지속된다 [3]. 그러나 중추 보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량한 예후 인자: 고령, 당뇨, 심혈관 질환, 지연된 전정재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