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및 개요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중추신경계(뇌, 척수, 시신경)에서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수초(myelin)가 손상되고 축삭(axon) 변성이 진행되는 만성 염증성 신경계 질환이다 [1]. '다발성'이라는 명칭은 중추신경계의 여러 부위가 서로 다른 시기에 침범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 세계 약 280만 명이 이환되어 있으며, 한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약 3.5~5명 수준으로 보고된다 [1]. 15~50세 연령에서 주로 발병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 2~3배 호발한다 [1]. 비외상성 신경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젊은 성인의 삶의 질과 직업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분류
임상 경과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된다.
재발완화형(relapsing-remitting MS, RRMS)은 전체의 약 85%를 차지한다 [4]. 신경학적 증상이 수 일~수 주간 나타났다가 부분 또는 완전히 회복되는 재발과 완화를 반복한다.
이차진행형(secondary progressive MS, SPMS)은 재발완화형으로 시작한 환자 중 진단 후 약 10~15년 이내에 약 50%에서 이행된다 [4]. 재발 없이 서서히 장애가 진행되거나, 재발 위에 진행이 더해지는 형태이다.
일차진행형(primary progressive MS, PPMS)은 전체의 약 10~15%를 차지하며, 처음부터 재발 없이 장애가 진행된다 [4]. 치료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진행재발형(progressive-relapsing MS, PRMS)은 드문 형태로, 처음부터 진행되면서 명확한 재발도 동반한다.
원인과 발병 기전
다발성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소인과 환경 요인의 복합 작용으로 이해된다.
면역학적으로는 자가반응성 T림프구(T lymphocyte)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중추신경계로 침투하고, 수초를 구성하는 미엘린 기초 단백(myelin basic protein)을 표적으로 공격한다 [4]. B세포와 항체도 병변 형성에 관여한다.
유전적으로는 HLA-DRB1*1501 유전자형이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이다 [4]. 환경 요인으로는 비타민 D 결핍,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감염 이력, 흡연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초 손상이 반복되면 수초 재생 능력이 저하되고 축삭 변성이 진행되어 비가역적 신경 기능 소실이 초래된다.
자율신경계 침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약 30~50%에서 자율신경 기능 이상이 동반된다 [3]. 이는 척수 측각(lateral horn)의 자율신경 세포와 하행 자율신경 경로에 탈수초 병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요 자율신경 증상으로는 기립성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 심박수 조절 장애(빈맥, 서맥), 발한 이상(다한증 또는 무한증), 방광 기능 장애(빈뇨, 요실금, 잔뇨), 장 기능 장애(변비, 대변실금), 성기능 장애가 있다 [3].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 HRV) 검사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자율신경 조절 능력의 저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며, 이는 질병 중증도와 상관관계를 보인다 [3].
증상
시신경염(optic neuritis)은 흔한 초기 증상으로, 한쪽 눈의 시력 저하와 안구 운동 시 통증이 수 일에 걸쳐 발생한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약 15~20%에서 시신경염이 첫 발현이다 [5].
운동 증상으로는 편마비, 하반신마비, 근력 저하, 경직이 나타난다. 감각 증상으로는 저림, 이상감각, 통증이 발생한다. Lhermitte 징후(목을 앞으로 굽힐 때 전기 충격 느낌이 등을 타고 내려가는 증상)는 경추 수초 손상을 시사한다.
소뇌 증상으로 실조(ataxia), 의도떨림(intention tremor), 보행 불안정, 어지럼이 나타날 수 있다. 인지 기능 저하(특히 처리 속도, 주의력, 기억력)는 환자의 약 40~65%에서 보고된다 [4]. 우울증과 피로는 삶의 질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증상 중 하나이다.
진단
2017년 맥도널드 진단 기준(McDonald criteria)에 따라 진단한다 [2]. 핵심은 '시간적 다발성(dissemination in time)'과 '공간적 다발성(dissemination in space)'을 확인하는 것이다.
MRI는 진단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뇌 MRI에서 뇌실 주변(periventricular), 피질 근접(juxtacortical), 천막하(infratentorial) 부위에 특징적인 T2 과신호 병변이 관찰된다 [2]. 척수 MRI에서는 짧은 분절의 T2 병변이 확인된다. 조영증강 병변은 활성 염증을 의미한다.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검사에서 올리고클론 항체(oligoclonal bands)가 환자의 약 90~95%에서 양성으로 나타난다 [2]. IgG 지수 상승도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시각 유발전위(visual evoked potential, VEP)에서 P100 잠복기 연장은 무증상 시신경 병변을 감지하는 데 유용하다.
치료
재발 치료
급성 재발 시에는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1g을 3~5일간 정맥 주사하여 회복 기간을 단축한다 [4]. 스테로이드는 재발 회복 속도를 앞당기지만 장기적 예후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질병조절치료
인터페론 베타(interferon beta-1a, -1b)와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glatiramer acetate)는 재발률을 약 30% 감소시키는 1차 치료제이다 [4]. 나탈리주맙(natalizumab), 오파투무맙(ofatumumab), 오크렐리주맙(ocrelizumab) 등 고효능 약제는 재발률을 약 50~7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4]. 2018년 승인된 오크렐리주맙은 일차진행형 MS에도 효과가 인정된 최초의 DMT이다.
증상 치료
경직에는 바클로펜(baclofen), 티자니딘(tizanidine), 대마나비노이드(cannabinoids)가 사용된다. 방광 기능 장애에는 항콜린제 또는 미라베그론(mirabegron)이 사용된다. 신경병증성 통증에는 가바펜틴(gabapentin), 프레가발린(pregabalin)이 효과적이다. 피로에는 아만타딘(amantadine), 모다피닐(modafinil)이 사용된다.
예후
재발완화형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적절한 DMT 치료 하에 상당 기간 양호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진단 후 10년 시점에서 약 50~60%의 환자가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4]. 예후 불량 인자로는 남성, 고령 발병, 초기부터 운동 및 소뇌 증상 동반, MRI에서 다수의 병변 및 척수 병변, 불완전 재발 회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