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및 개요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diabetic autonomic neuropathy, DAN)은 당뇨병의 흔한 만성 합병증 중 하나로, 만성 고혈당과 이로 인한 대사 이상이 자율신경 섬유를 점진적으로 손상시켜 발생한다 [2]. 자율신경계는 심혈관, 소화기, 비뇨기, 발한, 동공 반응 등 불수의적 신체 기능을 조절하므로, 손상 시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 환자의 약 20~40%에서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발생하며, 당뇨 유병 기간이 길수록 발생률이 높아진다 [2]. 제1형 당뇨 환자의 경우 유병 기간 25년 이상에서 약 50%가 자율신경 기능 이상을 보인다. 혈당 조절이 불량할수록 발생 위험이 크며, 당화혈색소(HbA1c) 1% 상승이 자율신경병증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
분류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은 침범된 기관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심장자율신경병증(cardiac autonomic neuropathy, CAN)은 가장 임상적으로 중요한 형태이다. 심박수 조절 장애, 운동 불내성, 기립성저혈압이 나타나며, 무증상 심근경색과 급사 위험이 증가한다 [1]. 위장관 자율신경병증으로는 위마비(gastroparesis), 식도 운동 장애, 당뇨병성 설사, 변비, 분변 실금이 포함된다. 비뇨생식기 자율신경병증으로는 방광 기능 장애(신경인성 방광), 남성 발기 장애, 여성 성기능 장애, 역행성 사정이 포함된다. 발한 이상(sudomotor dysfunction)으로는 원위부 무한증(anhidrosis), 보상성 근위부 다한증이 나타난다. 동공 이상으로는 어두운 곳에서 동공 확장 저하, 암순응 장애가 나타난다.
발생 기전
만성 고혈당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율신경 섬유를 손상시킨다 [2].
폴리올 경로(polyol pathway) 활성화는 소르비톨과 프럭토스 축적을 초래하여 신경 세포 내 삼투압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AGEs) 축적은 신경 조직과 혈관에 직접 손상을 준다. 산화 스트레스 증가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와 신경 세포 사멸로 이어진다. 신경영양인자(nerve growth factor, NGF) 감소는 자율신경 섬유의 유지 및 재생 능력을 저하시킨다. 신경 내혈관(endoneurial vasculature) 손상으로 신경에 대한 혈액 공급이 감소하여 허혈성 손상이 발생한다.
소직경 무수 자율신경 섬유(C 섬유)가 수초화된 대직경 섬유보다 먼저 손상되므로, 초기에는 심박변이도 검사로만 이상이 포착되는 무증상 단계가 존재한다.
심장자율신경병증
심장자율신경병증은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중 가장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심장자율신경병증이 있는 당뇨 환자는 5년 사망률이 없는 환자에 비해 약 3.5배 높다 [4].
초기에는 안정 시 빈맥(heart rate >100회/분)이 나타난다. 이는 부교감신경 손상이 교감신경보다 먼저 발생하여 심박수에 대한 부교감신경 억제 작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심박변이도 검사에서 호흡 주기에 따른 심박수 변화(R-R interval variability)가 감소한다 [1].
병이 진행되면 교감신경도 손상되어 운동 시 심박수와 혈압의 정상적인 증가 반응이 둔화된다. 무통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어, 가슴 통증 없이 심전도 이상이나 심장 기능 이상으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1].
기립성저혈압(기립 시 수축기 혈압 ≥20 mmHg 또는 이완기 혈압 ≥10 mmHg 감소)은 교감신경성 혈관 수축 반응 손상으로 발생한다. 당뇨 환자의 약 6~32%에서 기립성저혈압이 보고된다 [2].
기타 자율신경 침범
위장관 자율신경병증
위마비(gastroparesis)는 당뇨병 환자의 약 5~12%에서 발생한다 [5]. 위 배출이 지연되어 식후 포만감, 오심, 구토,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혈당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위 섬광조영술(gastric scintigraphy)로 진단한다.
당뇨병성 장 기능 장애로는 변비(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와 야간 설사(약 20%에서 발생)가 흔하다 [5].
비뇨기 자율신경병증
신경인성 방광은 당뇨 환자의 약 43~87%에서 방광 기능 이상이 보고된다 [2]. 방광 감각 저하로 과도 충만이 발생하고, 배뇨근 수축력 저하로 잔뇨와 요로 감염이 반복된다.
발한 이상
원위부(주로 발과 다리)의 무한증과 근위부(주로 몸통)의 보상성 다한증이 특징적이다. 식사 후 얼굴과 목에 땀이 많이 나는 미각성 발한(gustatory sweating)도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진단
미국당뇨병학회(ADA) 지침은 심박변이도를 이용한 다음 다섯 가지 검사를 표준 평가법으로 권장한다 [2].
심호흡 시 심박변이도(deep breathing HRV): 분당 6회 심호흡 중 최대-최소 심박수 차이를 측정한다. Valsalva 수기 검사: 강제 호기 중 심박수 변화를 측정한다. 기립 검사(30:15 비율): 기립 후 30번째와 15번째 심박수 비를 측정한다. 기립 시 혈압 변화: 기립성저혈압 유무를 확인한다. 악력 시 혈압 변화: 정적 운동에 대한 혈압 반응을 평가한다.
이 중 3개 이상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임상적으로 확정된 심장자율신경병증으로 진단한다 [2].
치료
혈당 조절이 예방과 진행 억제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이다. 제1형 당뇨에서 집중적 혈당 조절은 심장자율신경병증 발생을 약 53% 감소시키는 것으로 무작위대조시험에서 확인되었다 [2].
기립성저혈압에는 비약물적 방법(압박 스타킹, 충분한 수분 섭취, 염분 섭취 증가, 두부 거상)을 우선 적용하고, 필요시 플루드로코르티손(fludrocortisone) 또는 미도드린(midodrine)을 사용한다. 위마비에는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돔페리돈(domperidone) 등 위운동촉진제를 사용한다. 발기 장애에는 PDE-5 억제제가 효과적이다.